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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사건이 많이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그 처절한 현장을 목격한 분들이 아직도 살아 있고, 그 후손들이 잊지 않고 있는데, 또 한 편에는 제주4.3사건이 뭔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더 많고요. 우리의 근현대사가 복잡한 이유는 그 아픔을 직접 겪은 이들과 그 아픔을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의 이해 충돌이 얽혀있기 때문일 겁니다. 책임있는 자들은 입을 다물고 있고, 그 피를 목격한 유족들만이 남아있죠. 이 상처를 감싸고 극복하도록 함께 손을 잡고 가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순이삼촌>으로 마음이 무거워졌다가, <도둑견습>을 읽으시면 포복절도하게 되실 거예요. 의붓아버지와 화해하게 되는 대목에서는 미소가 절로 납니다. 김주영선생님 정말 대단한 작가십니다.
소외계층이나 뿌리 뽑힌 자들의 이야기를 주로 쓴 김주영과 제주도 ‘4·3사건’을 증언하는 현기영의 작품이 실려 있다. 김주영의 「도둑견습」과 「외촌장 기행」에서는 산업화시대에서 소외되었거나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하층민의 모습이 생동감 있게 드러나고, 「새를 찾아서」에서는 어린 시절 새잡이 회상을 통해 기다림과 헛된 노력의 삶을 성찰한다. 현기영의 「순이 삼촌」 「쇠와 살」 「마지막 테우리」는 오랫동안 망각되었던 제주도 4·3사건을 소재로 그 소용돌이 속에서 민중들이 어떻게 희생되었는가를 생생하게 전해준다. 그리고 「겨우살이」는 유신체제의 비합리적 폭력에 무기력하게 대응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