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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가 이난영의 그림 <우리가 꽃이 되고 나무가 되리>를 보고 가슴이 쿵 떨어졌다. 웃옷을 벗은 할머니의 모습이 낯익다. 그래, 밀양 할머니들이다! 송전탑 세우는 것을 막기 위해 싸우는 할머니들이 몇 년 전에 웃옷을 벗은 적이 있다. 공사를 막으려고 할아버지가 분신자살을 해도 막을 수 없는 한국전력과 싸우다가 할머니들이 한꺼번에 웃옷을 벗은 것이다. 남 앞에서 가슴을 드러내는 것을 죽음보다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배운 할머니들이다. 게다가 한국전력 편만 드는 경찰 앞에서 옷을 벗는다는 것은 자신의 마지막을 거는 것과 마찬가지였을 테다. 신문에 실린 할머니들의 알몸 사진을 보며 너무 안타까워했는데 그이들이 그림에서 나무가 되고 꽃이 되어 피었다. 결연한 그이들의 주장은 딱 한 가지다. 보상금 따위 필요 없고 그냥 내 고향에서 농사짓게 살 게 놔두라는 것. 그이들의 소박한 주장은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니 지금 우리 현실이 꼭 그렇다. 농촌에서는 65살이 되어도 아직 청년회 소속이라는 말을 들었다. 노인회 근처에도 갈 수 없다고 한다. 얼마나 청년이 없으면 65살 할아버지를 청년이라고 할까. 도시에서는 이미 정년퇴직을 하고도 5년이란 세월이 지난 할아버지가 농촌에서는 청년이라니. 농촌은 이미 청년이 없고 청소년이 없으며 어린이들의 웃음소리가 끊겼다. 오직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남아 농사를 짓고 있다. 그이들이 지은 농산물을 먹으며 도시 사람들은 살아간다. 실상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우리의 밥이고 꽃이고 나무인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경향은 점점 심해지고 있다. 농촌을 식민지로 하여 착취한다고 하여 도시가 살 만한 곳인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지금 우리의 도시만큼 삭막한 곳도 없다. 도대체 우리의 삶은 왜 이 모양이고 그 뿌리는 무엇일까. 우석영 작가는 지금 우리가 도시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그리고 왜 그렇게 살아가게 되었는지, 그것의 뿌리는 무엇인지 살펴본다. 대학 학부 때에는 미술 사회학을 전공한 만큼 매개체는 그림이다. 고대와 현대, 동양과 서양의 50여 점 그림을 징검다리 삼아 지금 우리의 도시를 이야기한다. 호주로 건너가 대학원에서는 사회학 문학 철학을 공부했다. 환경철학 문명론 평화학 등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니 우리는 폭 넓은 글쓰기의 한 사례를 읽게 된다. 그림을 징검다리 삼아 도시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폭 넓은 학문의 섭렵과 성찰에서 나온 깊이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한국에는 그 어떤 곳에도 없는 빛과 그림자가 있다. 한국 사회를 흐르는 거대한 비애의 한 원천은 바로 거주 방식인 ‘거류’이다…….(57쪽) 한 사람이 세계에 대해 갖는 감각, 태도, 관점을 기저에서부터 형성하며, 그 사람의 물리적인 삶의 지속뿐 아니라 지적․정서적 성장에마저 강한 영향을 행사하는 주거공간. 그러나 집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집의 주변 세계와 이웃 세계마저 포괄하는 곳. 이런 공간은 단순히 주거공간아 아니라 ‘둘레삶터’라 부를 만한 중요한 삶의 환경이다. (87쪽) 숲과 산은 ‘온전성의 공간’이다. 이 말의 뜻은 이중적이다. 첫째, 숯과 산은 그 자체가 정연한 아름다움과 생태계의 질서를 현시하는 온전체다. 둘째, 숲과 산은 거기에 든 사람마저도 온전한 이로 회복시켜주는, 회복력을 지닌 공간이다. (228쪽) 도시와 자연이 항상 공존한다는 진리. 최첨단의 도시라도 우주의 질서, 자연의 질서에 구속받게 되어 있다는 진리. 도시에 자연은 언제나 내재하며 내재할 수밖에 없다는 진리. 이러한 진리가 우리 시대 도시 계획의 철학적 준거가 되어야 한다. (272 - 273쪽) 우리는 지금 거개가 도시에서 살아가고 있다. 작가가 인용한 파블로 네루다의 시 “그들은 여기 살고 있다! / 그러나 우리는 살고 있나? / 우리 임시 거주민들. / 그릇된 별을 추종하는 우리들은 / 여기 이 섬에서 난파되었다, 늪에서처럼.”(「인간 9」)가 바로 우리 이야기이다. 어떻게 해야 우리는 이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거류지’를 ‘온전성의 공간’으로 바꿀 수 있을까. “생활의 전 지평에서 평화를 항시 실천”하고, 소비자가 되는 기존 시스템에 매몰되지 않으며, “사려 깊은 삶”을 살아야 하겠지만 그 무엇보다 먼저 지금 같은 야만의 도시가 생긴 지 불과 몇 십 년밖에 되지 않았다는 것, 절대 영구불변하지 않다는 것, 우리의 선택에 의해 바꿀 수 있다는 것은 인식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책은 지금의 도시로는 안 된다는 것을 콜라주처럼 보여주며 새로운 삶의 정주 공간을 자꾸 꿈꾸게 한다.
젊은 사회학자의 ‘페인팅 토크’로 풀어본 ‘철학이 있는 도시’ 산책기이방인이 된 자의 눈에 발각된 우리 시대의 민낯은 어떤 모습일까? 당대의 한국, 한국인, 도시, 현대성, 극단화된 자본주의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고대와 현대, 동서양을 가로지르는 다양한 미술작품 읽기로 휴전 후 한국사, 우리 시대, 도시, 집단과 개인의 문제를 논의하는 이 책 철학이 있는 도시 는 한국인의 당대 이해, 자기 분석을 돕고자 쓰였다. 저자는 개개인의 인간적 삶이 처참히 무너져내리고 있는 우리 사회의 모습에 주목하면서, 대다수의 한국인이 오늘날 도시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또 왜 그렇게 살아가게 되었는지, 이 시대의 집합적 삶을 그 근원에서 네비게이팅하는 정신성과 그 뿌리는 무엇인지 등을 탐구해나가는 일이 시급함에도 하루하루 먹고살기 바쁜 일상에 밀려 경도되고 있는 현실에 답답함과 안타까움을 느껴왔고, 이에 이 책을 집필하게 되었다. 이러한 기획이 가능했던 것에는 꽤 특별한 사정이 있다. 이 나라의 대도시가, 해외(호주)에서 10년의 외유를 하고 돌아온 저자의 눈에 돌연 발각되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논의되는 도시는 반절은 이방인인 젊은 사회학자에게 발각된 도시다.
|서문 | 콜라주로 본, 당대 한국 도시와 한국인
1장. 공포의 대물림이라는 악순환의 회로
알베르트 앙커 [선데이 스쿨 워크], [건초더미에서 자는 아이]
이경현 [컨센트레이트]
박용빈 [학교 야경]
샤임 수틴 [폭풍우가 지나간 뒤의 하교]
2장. 거류민국의 아파트
정재호 [청운동 기념비]
임옥상 [이사 가는 사람]
김정헌 [아파트에 한 뼘의 땅을 선사함]
3장. 장소정체성과 평화
게오르게 그로스 [메트로폴리스]
폴 시냑 [베생 항, 칼바도스]
심사정 [임간서옥]
4장. 레시피 시대의 식사 철학
조지 투커 [점심]
시그마 폴케 [슈퍼마켓]
피에르 보나르 [베르농의 테라스]
5장. 음식, 도시인의 자기 이해 관문
칸지두 포르치나리 [커피 수확], [커피 농부]
알프레도 마르티네스 [과일 든 여인들]
라울 뒤피 [아름다운 여름]
김정헌 [흙산]
6장. 인간에서 고객님으로, 인격 마케팅 시대를 애도함
오윤 [마케팅 2-발라라]
딘호 벤토 [인간 동물 II]
조지 투커 [웨이팅 룸]
최동열 [서커스 독]
7장. 프레카리아트의 탄생
다비드 알파로 시케이로스 [프롤레타리안 마더]
빈센트 반 고흐 [아니에르의 공장]
임옥상 [행복의 모습]
게오르게 그로스 [실직 상태]
8장. 고속 문명,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베르나르 간트너 [석양 쪽으로 향하는 증기기관차]
라울 뒤피 [전기 요정]
로베르 들로네 [행진의 현장-붉은 타워]
윌리엄 터너 [비, 증기, 속도-위대한 서부철도]
9장. 모바일링의 시대, 단순과 평화는 어떻게 가능한가?
클로드 모네 [눈 속의 산드비켄 마을]
스튜어트 데이비스 [멜로우 패드]
탕인 [동음청몽도]
10장. 휴식이 능력이 된 시대
강세황 [초옥한담도]
김수철 [송계한담도]
이인문 [송계한담도]
11장. 걷기 예찬
빈센트 반 고흐 [몽마르트의 밭]
클로드 모네 [부기발의 센]
폴 세잔 [굽어 들어가는 숲길]
12장. 도시엔 숨 붙은 것들이 많다
게오르게 그로스 [로우어 맨해튼]
라울 뒤피 [볼로뉴 거리]
바실리 칸딘스키 [운동 I]
도화서 [동궐도]
정선 [삼승조망]
13장. 생명의 침몰, 신이 된 손
이난영 [우리가 꽃이 되고 나무가 되리]
키비인 [인바이런-멘털: 기후 혼돈과 오염]
디에고 리베라 [무어 박사의 손]
14장. 야만과 야만 사이에서, 또는 문명의 이상
윌리엄 터너 [눈 폭풍: 어느 항구 초입의 증기선]
현혜명 [숲 1201]
민정기 [양평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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