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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국적의 친구

gergfd 2024. 2. 8. 03:44


인터뷰를 하는 것은 참 매력적인 일 같다. 인터뷰를 한 적이 없어서 경험에서 나온 말은 아니다. 그렇지만 한 사람의 생에 대해 묻고 답하면서 인터뷰이의 본질로 차근차근 들어가는 작업은 그 사람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과정이리라 짐작한다. 인터뷰가 잘 되어 인터뷰이의 본질에 제대로 들어간다면 그 사람의 삶을 같이 사는 것까지 나아가지 않을까. 연기자가 자기의 배역을 충실히 하여 배역처럼 보고 느끼며 온전히 체험하는 것처럼 말이다. 아끼는 몇 권의 인터뷰집이 있다. 문학평론가 임헌영 선생이 우리 시대의 스승이었던 리영희 선생님을 만나 나눈 인터뷰를 엮은 두툼한 책 『한 지식인의 삶과 사상, 대화』(한길사, 2005년)는 선생님의 넓은 세계를 육성으로 고스란히 들을 수 있어 좋아한다. 손석춘 선생이 농부철학자 윤구병 선생님과 만나 나눈 이야기를 담은 『노동시간 줄이고 농촌을 살려라』(알마, 2012년)는 선생님의 철학을 명쾌하게 알 수 있고 있어 아낀다. 김서령 작가의 『여자전』(푸른역사, 2017년 개정판)은 인터뷰를 여러 차례 하면서 인터뷰이를 온전하게 드러나려고 부단히 애쓰며 도달한 진정성을 느낄 수 있어 인터뷰집의 바람직한 모델로 여기고 있다. 김이듬 시인이 만나 인터뷰한 스물네 명의 파리지앵을 다루고 있다. 대학교수에서부터 대학원생, 번역가, 도서관 사서, 간호사, 뮤지션, 바리스타, 콘트라베이스 연주자, 재즈 피아니스트, 프로듀서, 레스토랑 주인, 탕게라, 무대 미술가, 사진작가, 노숙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나는 내가 마주친 뜻밖의 사람들과의 대화를 옮기는 일상적이고 소박한 일을 하려 했다. 예술과 자유, 패션과 음식, 그리고 낭만에 관하여 잘 말할 수 없어서 파리에서 살아가는 그들의 목소리로 실제의 파리를 전하고 싶었는지 모른다.”(「prologue」)라고 고백하고 있듯이 인터뷰이의 목소리를 날것 그대로 전하고 있다. 인터뷰는 또 다른 인연을 만들어 새로운 만남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인터뷰가 새로운 만남, 깊은 만남으로 깊어지는 것은 흥미롭다. 어쩌면 그게 인터뷰의 진짜 매력이 아닐까. “내게 있어 만남은 논리정연하게 계획대로 이뤄지는 것은 아닌데 아무리 사소한 만남이든 아니든, 중요한 결과를 이끌어내든 아니든 그것이 존재를 가장 크게 변화시킨다는 보편적인 생각을 새삼 하게 된다.”(200 - 201쪽)는 말은 다른 인연으로 깊어진 인터뷰 말미에 있다. 나에게 시는 일종의 세상에 대한 민감한 의식(자각)이다. 이것이 내게 시가 중요한 이유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을 좀 인간적이고 아름답게 하기 위하여 시가 필요하다. 돈이 모든 걸 쥐락펴락하는 시기에 시는 우리가 인간 존재이며 삶의 가장 소중한 것은 값을 매길 수 없다는 것을 깨우쳐준다. 시는 현실을 이해하는 방법이며 상상 imaginaire의 단계에서 현실을 변화시키는 방법이다. 비유는 현실을 더 크고 넓은 규모로 제공한다. 그리고 우리가 놓치고 있는 주된 자질은 상상이다. (62쪽, 시인 프랑시스 콩브) 재즈는 매일 다릅니다. 재즈 콘서트는 언제나 때에 따라 다르죠. 제일 중요한 사람은 빌 에반스 같은 슈퍼스타가 아닙니다. 같이 음악하는 공연자, 동료, 동시대의 벗들, 그들이 나의 롤모델입니다. 나는 항상 잘 알려지지 않은 뮤지션의 음악을 찾아서 들어요. 그들이 굉장히 새롭습니다. (103쪽, 재즈 피아니스트 스테판 올리바) 부자들은 일 안 하고 살면서 우리가 노는 걸 왜들 이상하게 보는지 모르겠어. (187쪽, 노숙 철학자 크날 크리스)
김이듬 시인의 에세이 모든 국적의 친구 가 출간되었다. 난다의 걸어본다 여덟번째 이야기로, 주 무대는 파리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부제에서 힌트를 엿볼 수 있듯이 이 책은 저자가 파리에서 만난 스물네 명의 파리지앵들과의 인연을 토대로 빚어졌다. 김이듬 시인이 아니고서는 필시 시도할 수 없는 기획이라는 것이 인간에 대한 어지간한 용기와 사랑이 아니고서는 실행하기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에서였다. 무엇보다 낭만적 선망의 도시 ´파리´를 꽃처럼 다루는 것이 아니라는 데 이 책의 매력점을 일단은 찍어볼 수 있을 것이다.

스물네 명의 파리지앵들은 저마다 제각각의 직업으로 살아가는 자들이다. 왜 이렇게 되었는지, 찾았다기보다는 우연히 맞닥뜨려진 이들이라는 시인의 말에서 알 수 있듯이 그 덕분에 파리의 생생한 모습을 고스란히 목격하게 된다. 영어로 인터뷰를 하고 그 내용의 녹취를 풀어 정리를 함과 동시에 불어로만 말할 수 있는 이들과의 인터뷰는 한국어를 하는 파트리크 교수의 도움을 받았다.


저자소개

글│김이듬
경남 진주에서 태어났다. 부산대학교 독문과를 졸업하고 경상대학교 국문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1년 계간 포에지 로 등단해 별 모양의 얼룩 명랑하라 팜 파탈 말할 수 없는 애인 베를린, 달렘의 노래 히스테리아 등의 시집을 냈다. 그 밖에 장편소설 블러드 시스터즈 , 연구서 한국 현대 페미니즘 시 연구 , 산문집 디어 슬로베니아 등을 썼다. 시와세계작품상, 김달진창원문학상, 올해의좋은시상, 22세기문학상, 김춘수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사진│위성환
한국에서 인도어를 전공으로 공부하던 중에 떠난 두 달간의 북인도 배낭여행을 통해 사진의 매력에 빠지게 되어 지금껏 사진작가의 길을 걷고 있다. 주로사람에게 포커스가 맞춰진 거리 사진을 찍으며 현대의 삶이 지닌 부조리나 갈등을 풍자적으로 담아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 현재는 프랑스 베르사유에 소재한 보자르(예술대학)에 재학중이다.


prologue

에마뉘엘 페랑Emmanuel Ferrand 프랑스 파리6대학 수학과 교수 겸 사운드 아티스트
암나 디라르Amna Dirar 이날코 대학 한국학과 대학원생
파트리크 모뤼스Patrick Maurus 이날코 대학 명예교수 · 문학박사 ·번역가
가엘 리좀Gaelle Rhizome 로맹 롤랑 도서관 사서
프랑시스 콩브Francis Combes 시인
클로디 카텔브르통Claudie Catel-Breton 간호사 & 아망딘 바르보Amandine Barbot 도서관 사서
최정우 교수·비평가 ·뮤지션
에두아르 쥐베르Edouard Jubert 바리스타
세바스티앙 부아소Sebastien Boisseau 콘트라베이스 연주자
스테판 올리바Stephan Oliva 재즈 피아니스트·작곡가
라시드 엘 하르미Rachid El Harmi 프로듀서
비구루 마르크Vigouroux Mark & 김윤선 레스토랑 주인
이브 바셰Eve Vacher 탕게라
장 게리Jean Guerry 전직 비행기 조종사 & 페드로 루이스Pedro Ruiz 도시계획자 ·실업자
아미나 르지그Amina Rezig 무대 미술가
박은지 파리 유학생
김민정 파리 유학생
크날 크리스Chnal Chris 노숙 철학자
프랑수아즈 위기에Francoise Huguier 사진작가
마담 리Mme Lee 아틀리에 드 마담 리Atelier de Mme Lee의 운영자
위성환 사진작가

epilog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