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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자기 자신을 100% 알 수 없는데, 이는 딱히 개인을 나무랄 소치가 아니라 인간인 이상 극복할 수 없는 한계에 가깝습니다. 제가 몇 년 전에 읽은 어느 책에서는, 아테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의 명언 "너 자신을 알라"야말로 궁극의 이치를 꿰뚫은 설파라며 엄청난 의미를 부여하는 주장이 펼쳐지던데요. 위대한 현인의 명언이 누백 년이 지나도 명언으로 길이 남는 이유는 물론 시대의 변천에 따른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는 데에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의 가르침이 세월의 흐름에도 불구하고 전혀 그 가치를 잃지 않은 채 불후의 위상을 유지하는 건, 결국 참된 자신의 파악이야말로 지난(至難), 보편의 과제임이 분명해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답이 안 나오는 문제야말로 일생을 두고(혹은 몇 대[代]를 이어) 연구할 가치가 있으니 말입니다. 저자 스테판 부커는 퍼스트네임을 Stefan으로 쓰므로 갈등 없이 "스테판"으로 읽으면 충분합니다. "부커"역시 구태여 "부(뷔)허"등으로 읽을 필요 없습니다. 이분이 쓴 책은 자계를 테마로 삼되, 독자에게 제안하는 그 방법론이 대단히 독특하여 신저가 출간될 때마다 (미국)독서계의 관심을 집중시켜 왔습니다. 많은 책들이 서로 비슷비슷한 내용을 담을 뿐인 한국의 관련 저자들이 좀 보고 배울 필요가 큰 저자라고 하겠습니다. 여튼 이 책에서 그는일단 두 가지 전제에서 시작합니다. 하나는 "당신이 여태 알던 당신 자신의 상은 거의 모두가 허구이거나 단단한 근거를 갖추지 못했다.", 다른 하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 자신을 발견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한 인식 틀에서 찾기 시작할 수 있다." 정도겠습니다. 물론 책 한 권 읽고 자신을 발견하는 너무나 거창한 위업은 누구라도 달성할 수 없으며, 본디 "자신에의 발견"을 마스터한 이라면 인류 역사상 부처님, 공자, 소크라테스 등 손에 꼽을 만한 대성인들이 고작일 뿐입니다. 너무 과한 과제로 스스로에게 부하를 지울 필요야 전혀 없죠.이 책이 얼마나 특이한 편제로 독자를 끌어들이는지는, 이 책 상품 페이지에 잠시 일부가 발췌된, 이 저자님 특유의 알고리즘 차트를 엿보기만 해도 알 수 있습니다. 스테판 부커가 던진 질문 말고, 다른 38명의 크리에이터들이 우리 독자들에게 다분히 도발적으로, 혹은 선문답처럼 툭 제기해 둔, 기발한 질문, (어찌 보면)심오한 물음이 기묘한 "디자인" 속에 들어 있습니다. 저자는 그렇게 말합니다. "이 질문(들)에 최대한 정직하게들 답하라. 정직하면 정직할수록 당신 자신에 대해 정확한 모습을 그리게 될 것이다. 더 정확하고 숨김 없는 자신과 만나게 될 것이다." 여기까지는 MS 워드에 깔려 있는 워드아트 서식의 재활용에 지나지 않습니다만, 진짜 볼 만한 건 본문 중에 와르르 등장합니다.344가지 질문들은 하나하나 읽어보면 꼭 나를 찾아 떠나는 질문도 아닌 듯한 외양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돌아가는 길이 가장 빨리 질러가는 길이란 옛말처럼, 내가 과거 어느 지점에 놓고 내린 듯, 방치하고 잊은 듯한 모든 단서와 흔적을, 이 질문들은 찌릿한 상기와 날카로운 환기로 가슴 속에 다시 일깨워줍니다. 생각해 보면, 꼭 크리에이터 아니라 그저 평범한 일상을 살 뿐인 여느 장삼이사라 해도, "그 순간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래야 했는데 와 결국은 동의어입니다)" 같은 아쉬움과 애틋한 정을 남긴 묘한 지점과 표식이 인생 어느 지점에도 남겨져 있기 마련입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그런 아련한 감성과 발상의 전환이 자기계발을 위한 촉매제로 한순간 승화될 수 있게, 기묘한 알고리즘 속에 배치함으로써 추상을 구상으로 바꿔 놓는다는 데 있겠습니다.

자기 자신을 100% 알고 있다고 자신할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이 책은 수많은 질문을 통해 그동안 미처 깨닫지 못했던 진짜 자신을 찾아보라고 제안한다. 대단한 기술은 필요 없다. 그저 컬러링북을 연상케 하는 화려한 지면에 박혀 있는 질문들이 이끄는 대로 솔직하게 답변하면 그만이다. 스스로가 정말 원하던 일이 무엇인지, 지금 처한 문제의 원인이 무엇인지, 크리에이티비티를 어떻게 형성할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집어 들고 오롯이 자기 자신과의 대화에 빠지길 바란다.

스테판 부커
아렘 듀플레시스
켄 카본
라라 톰린
마리안 반체스
도열드 영
숀 아담스
제드 앨저
저드 아패토우
팀 카벨
더그 치앙
웨인 코인
러셀 M. 데이비스
타셈 싱 단드와
데이브 에거스
카렌 파울러
조나 프랭크
제이 프랭크
질 그린버그
스탠리 헤인스워드
데비 밀먼
릭 모리스
세스 모리스
밥 두카
크리스토프 니만
데이비드 놀랜드
패튼 오스왈트
마사 리치
스테판 사그마이스터
메레디스 스카디노
J.J.세델마이어
데이브 스튜어트
제이콥 트롤백
릭 밸리센티
에스더 펄 왓슨
린다 와인먼
얀 빌커
딘 척
아민 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