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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에 실렸던 인터뷰 기사 모음집이다. 그런데 인터뷰 대상자가 독특하다. 일반적인 대중매체에서 다루어지는 유명인이나 화제의 인물이 아닌 ‘바깥’에 있는 인물들이다. 의도적인 조명. 선수생활 내내 박태환 선수에게 가려져 있었던 수영선수나(하도 많은 인물들이 다루어져 있어 이름조차 기억이 안난다.) 호랑이 다큐멘터리를 찍기 위해 수개월씩 잠복해있어야만 했던 피디, 심지어는 부천쪽에서 명망있다고 소문난 무속인에게 이르기까지 많은 이들이 망라되어 있다.[중고책으로 구입했는데 어떤 도서관에서 수년간 대여용으로 쓰였던 책이 왔다. 확인해보니 적법한 절차를 통해 판매용으로 둔갑한 책, 이를테면 정리해고 당한 책인 셈이다.] 들어간다 라는 동사는 으레 안쪽을 대상으로 하지만 특이하게도 이 책의 저자는 남들과는 반대쪽, 그러니까 바깥쪽으로 들어갔기에 기사가 만들어지고 이 책도 나올 수 있었던 셈이다. 모르는 이들이 태반이지만 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생각해보낟. 아마도 나를 비롯한 독자의 대부분이 바깥에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만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다. 같은 바깥이라고 다 같은 바깥이 아닐터, 나에겐 이들 만큼이나 바깥 이야기 를 가지고 있는가라는 질문.유명연예인들의 손대역만을 전문으로 해온 가정주부의 이야기는 특이한 경우라고, 마을 이야기만을 대상으로 마을 주민들을 통해 그들의 이야기를 필름으로 담고 있는 영화감독의 이야기는 전문성이 필요한 경우라고, 연극계에서 십년 이상 몸담다가 생계를 위해서 택배기사일을 하고 있지만 언젠간 다시 연극계로 돌아갈 날을 꿈꾸고 있는 분의 이야기는 연극에 미친이들의 이야기일 뿐이라고 치부해버린다면 결코 자신의 이야기는 만들어지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 언급된 이들중 누구도 언젠가 이런 제목의 책에 자신의 이야기가 실리리라고는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자신이 인생을 이렇게 풀어낼 수 있으리라고, 혹은 이렇게 바라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못했을지도. 우리 주변에 혹은 같은 지붕안에 사는 이들에게 이런 이야기들이 여기저기 숨어있을 것만 같다. 바깥아닌 바깥으로 한번 주의를 돌려보자.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풀어내보자.
2009년 6월 22일부터 2009년 12월 28일까지 6개월간 한국일보 매주 연재된 〈최윤필 기자의 바깥〉을 묶어냈다. 바깥 이라는 말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유명인들이 아닌, 잘 보이지 않는 곳일지라도 묵묵히 자기에게 주어진 일을 감당하며 살아가는 이들에 주목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저자는 다 쓰러져가는 극장 주인, 1인자의 훈련 파트너, 퇴역마, C급 밴드, 다큐감독, 천하대신, 군무 발레리나 등 바깥 에서 살아가는 이들을 만나 그들의 삶을 글로 담아낸다.

이들은 사람들의 이목이 닿지 않는 곳을 삶의 터전으로 삼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마이너리그 없이 메이저리그가 존재할 수 없듯이 이들 역시 각자의 영역에서 위대한 삶을 살아간다. 모두가 주목하는 안 이 아닌, 바깥 을 주목하고 나아간 저자의 눈과 발걸음이 참 훈훈하다.


1 언제까지 지켜낼 수 있을까, 노인들의 2천 원짜리 낙원을…: 허리우드클래식 김은주 사장
2 20세기를 관통해온 老프롤레타리아: 직업혁명가 이일재
3 달리지 않는 자유가 행복할까?: 퇴역마 다이와 아라지
4 영화와 산업의 메커니즘 바깥에서 떠돌다: 떠돌이 영화감독 신지승
5 아내와 두 딸 짊어진 重肩 연극인: 연극배우 택배 기사 임학순
6 열심이 안 한다. 마음 가는 대로만 할 뿐 : 인디밴드 타바코쥬스
7 나쁜 소린 조심하고 좋은 소리엔 열심히 살면 되지 : 천하대신 할머니
8 박태환 선수 훈련 파트너라고요?: 수영 국가대표 배준모
9 북한 사투리 쓰라고 합니다: 탈북청소년 대안학교 셋넷학교 박상영 교장
10 잘 가게, 40원어치 폐지로 남은 인연들: 절판되는 책
11 은행원의 꽃에서 떨궈진 10년, 비밀의 화원에서 위안 찾다: IMF 명퇴 1세대 정석희
12 아름다운 넘버3: 산악계의 휴머니스트 한왕용
13 民草처럼 바람을 노래하고 江풀을 품었네: 풀피리
14 수도원 담장 안에도 희로애락은 있다: 성 베네딕도 요셉수도원
15 교수는 안 돼도 연구자는 될 수 있었으면…: 시간강사
16 얼굴 없이 소비자를 유혹하다: 손 모델 최현숙
17 전흔과 망각이 맞서 공존하는 그곳: 비무장지대 DMZ
18 그늘진 자리에서 무대를 빛내다: 군무 발레리나 안지원
19 한국도 성공했잖아요. 우리도 됩니다, 언젠가는 : 미얀마 난민 조모아
20 오만한 문명의 냄새를 지우다: 다큐감독 최기순
21 두툼한 웃음으로 격랑을 버텨내다: 노래 「광야에서」를 만든 문대현
22 작은 네모 속 큰 세상에 매료된 사람들: 우표
23 가수로 살다 가고 싶은 욕심뿐: 가수 주정이
24 향토 맛까지 막 거르진 마시라: 막걸리
25 긴장하지 않으면 언제 사라질지 모르죠: 출판사 개마고원 장의덕 사장
26 성균관 다 죽었다고 유림에게 욕 많이 먹었지: 최근덕 성균관장